양혜리
Hyeri Yang
<공이 가니 고개를 드시오>
실제로 테니스는 처음에는 맨손으로 하다가 이윽고 장갑을 꼈다가 다음에는 주걱을 들었다가 마지막으로 라켓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동네 테니스 코트에서도 “안녕하세요.” 말하며 서브 넣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프랑스인들은 서브를 할 때 종종 “트네! Tenez!”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공이 가니 고개를 드시오’라는 의미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프랑스 사람들이 ‘트네’라고 말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듣고 짐작하여 경기 이름을 ‘테네즈 ten-ze’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사실 ‘테니스’라는 단어는 신기한 단어이고, 실제로 존재한 적이 한 번도 없는 단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Y씨는 1943년 일본에서 태어나 1945년에 한국으로 왔다. 노래가 부르고 싶어 이탈리아어 학과에 진학했고, ‘이딸리아의 밤’ 행사에 4중창으로 무대에 오른 모습이 담긴 흑백 사진이 아직 있다. 베트남전에 다녀왔고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테니스를 쳤다. 덕분에 건강할 수 있었다는 고마움이 있고, 60의 나이에도 시에서 하는 테니스대회에 나가 우승을 한 자부심도 있다. 매일, 매주 자신만의 루틴이 있는데 이는 올 해 팔순의 나이가 되었어도 여전하다. 세 명의 자녀와 네 명의 손주가 함께 테니스를 치기 위해 모인 사진은 그의 핸드폰 배경으로 저장되어 있다.
우리는 가끔 예언자가 될 수 있는데, 이는 미래의 과거가 될 현재를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의 현재를 찍은 사진들은 전부 과거가 되었지만, 어떤 것들은 여전하고 어떤 장면들은 반대로 꿈이었거나 존재하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외장하드에 무형의 이미지로 잠들어 있거나 오래된 상자 속에 보물 지도처럼 숨겨져 있다. (양혜리)
Instagram: @hrhryhr
CV
학력
2018 – 2019 독일 할레 예술대학 북아트(Buchkunst)학과
(마이스터쉴러 Meisterschülerstudium)
2015 – 2017 독일 할레 예술대학(Burg Giebichenstein
Kunsthochschule Halle) 사진학과 (석사)
전시
2022.06 아티스트 북 mwa kit 프로젝트, 테이스티 A마켓, 파주, 기획전
2021.09 <The Book_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 이야기>,
아름누리 도서관 갤러리 빛뜰, 고양, 한국, 단체전
2021.07 <들어가는 책>, 아트노이드178, 서울, 한국, 기획전
2021.04 <하양>, 아트스페이스 휴 아카이브룸, 파주, 한국, 개인전
2020.10 문래창작촌 영등포 네트워크 예술제 <유니온 아트페어>, 서울, 한국
2019.10 <다시 놀이하는 그대에게>, 팔복예술공장, 전주, 한국, 단체전
2019.03 <헬러라우 포트레이트 어워드>, 헬러라우 예술 센터, 드레스덴,
독일, 단체전
2019.03 독일 라이프치히(Leipziger Buchmesse) 도서전
2019.02 미국 코덱스 북페어
2019.01 <Schöne Grüße 안부> 전시, Burg2 갤러리, 할레, 독일, 개인전
2018.11 아트북 베를린(Art Book Berlin) 2018
2018.10 독일 프랑크푸르트(Frankfurter Buchmesse) 도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