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양치기와 아이스크림 궁전
아케임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인간이라는 현상을 탐구하는 존재이자, 작가 임성희가 애니메이션 《아케인》 에서 영감을 받아 명명한 그녀의 부캐이자 페르소나이다. 그녀의 작업은 끊임없이 자아와 외부 세계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정체성의 여러 층을 탐구하는 여정으로 이어진다. 아케임의 작업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고, 자아와 타자의 연결을 시도한다. 아케임의 작품들을 통해 관객은 단순히 자신의 외면을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감정과 기억, 그리고 그들이 현대 사회의 문화적, 정치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탐구하게 된다. 아케임은 이 과정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자아의 본질을 새롭게 인식하고, 편견과 오해로 가득한 세상에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아케임의 작업은 시간을 초월하는 여정을 묘사한다. 평면회화와 드로잉 그리고 설치 작품들은 서로 연결된 기억과 감정의 고리를 형성하며, 이 고리들은 현실과 상상, 과거와 현재, 자아와 타자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러한 경계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복합성과 다층적인 면모를 탐구하고, 새로운 사유의 공간을 열어간다. 아케임의 작업은 인간현상의 본질에대한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자아와 우주의 교차점에서 펼쳐지는 시각적, 철학적 탐험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개인전 《구름 양치기와 아이스크림 궁전》에서도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일상의 사소한 행위에서 출발하여,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적 탐구로 확장된다. 거울을 바라보고, 구름을 응시하며, 박스를 주시하고 스마트폰을 살펴보는 등의 단순한 행동들은 우리 일상의 작은 단면을 구성하지만, 그 이면에는 끝없는 관찰과 해석의 가능성이 숨겨져 있다. 작업실 벽에 적힌 "사물을 새롭게 바라볼 것"이라는 메모에서 출발한 이 전시는 반가사유상, 슈프림, 카우스의 부서진 피규어, 일본 애니메이션과 같은 다양한 오브제를 재해석하며, 현대적 키치의 감각을 독창적으로 풀어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거울로 만든 구름과 구슬을 엮어낸 설치 작품은 조니 미첼의 노래 “‘Both Sides Now”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작품은 거울의 반사와 구슬의 연결을 통해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흐리며, 새로운 풍경과이중적 해석을 제안한다. 아케임은 이러한 설치 작업을 통해, 거울이 비추는 자아와 그 왜곡된 반영 사이에서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관람자들의 내면을 탐구하게 만든다. 이 전시는 관람자에게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내면의 직관을 따라 사물의 이중성과 문화적 맥락을 탐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이의 아이 2024》와 같은 회화 작업은 디지털 세계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본다’라는 행위의 본질 즉 우리의 시각적 경험이 어떻게 형성되고 왜곡되는지를 탐구한다.
조르조 아감벤의 언급처럼, 고대 사회에서 사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마나(MANA)”라는 힘을 지닌 존재였다. 바닥에 말려있는 카페트, 천장에 매달린 구슬과 거울, 열리지 않는 서랍장, 아이의 인형 같은 일상적인 사물들이 과연 오늘날에도 그런 마나를 품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이번 전시의 작품들에 중요한 철학적 요소로작용한다. 이번 전시 《구름 양치기와 아이스크림 궁전》은 사물의 이중성과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새롭게 해석하며, 관람자로 하여금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오늘 당신이 올려다본 하늘의 구름은 정오의 악령인가, 혹은 아이스크림 궁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