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깊어질 뿐
이호억 작가는 화가의 도구를 메고 광활한 자연 속으로 직접 나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며, 수묵화를 통해 풍경을 직접 체험하고 그린다. 작가는 홀로 땅 위에서 선 채로 자연과 마주하며 감각을 단련시키고, 자신이 느낀 내면의 세계를 자연을 통해 탐색하고 표현한다. 그에게 자연은 자기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거울과 같아, 붓과 먹을 이용하여 자연 속에서 자신을 사생하고 그 경험을 작품에 담아낸다.
이번 전시 "다만 깊어질 뿐"은 현대 사회의 이분법적 관념을 탐구하고, 그 구조를 해체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되었다. 제국과 식민지, 인간과 자연, 주류와 타자 등의 대립적 관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그의 작업은 근대 국가의 형성 과정과 그로 인한 제도적 폭력성에 대한 비판을 내포하고 있다. 작가는 문명의 경계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순수한 예술을 추구함으로써, 제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관객들을 새로운 사유의 영역으로 인도한다. 전시 "다만 깊어질 뿐"에서 이호억 작가는 자연에서 추출한 상징을 통해 관객을 미지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 전시는 자연이 가진 원초적이고 깊은 의미를 탐색하며, 안과 밖이라는 의식의 경계를 허물고 전시를 관람하는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작가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관객이 자신만의 깊이를 탐구하고, 세상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도록 돕고있다.
이호억 작가는 중앙대학교에서 한국화와 예술학을 전공하고 개인전으로는 갤러리조선에서 열린 ‘범람정원’(2022), 영은미술관의 ‘무진’(2022), 그리고 ‘Glowing Face’(2018) 등이 있다. 또한 OCI미술관과 영은미술관 창작스튜디오의 입주작가로 활동한 바 있으며, 2017년에는 제1회 광주화루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중앙대, 경희대, 성신여대, 전남대학교 미술학부에 출강하고 있으며, 건양대 휴머니티칼리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