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메아리
이번 전시는 변슬희 작가의 심오한 내적 여정과 그로부터 얻어진 예술적 표현들을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작가는 2019년부터 시작된 내적 자아를 반영한 본질적 물음을 통해, '아이리스'라는 꽃을 소재로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리스는 작가 개인의 다중적 감정을 표상화하는 사의(寫意)적 대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부터, 변슬희 작가는 자신의 예술적 탐구를 개인의 범주를 넘어 사회적 범주로 확장 시켰습니다. 이제 아이리스는 단지 작가 개인의 감정을 표상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의 형상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의 작품에서 백색의 가는 선으로 표현된 아이리스는 마치 인간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명주실처럼, 혼돈 속에서도 삶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와 의지, 애정을 나타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필묵의 점, 선, 면이 어우러진 화면을 통해 우주와도 같은 작가의 독백적 사유 공간인 ‘현(玄)’이 펼쳐집니다. 다양한 색채의 비정형 덩어리들은 공생하는 세상 속에서 공감의 상흔이자 표류하는 감정의 덩어리로서,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줍니다. 변슬희 작가의 작품은 다중적 감정의 혼돈 속에서도 꿋꿋이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이러한 모습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과 더불어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표류하는 메아리"는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변슬희 작가의 내면 세계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의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는 장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각기 다른 삶의 여정 속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사유를 함께 나누고, 그 속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