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구.구
“구”라는 단어는 몇가지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선 구 (Sphere, 球)는 3차원공간에서 구면을 경계로 하는 입체를 나타낸다. 또 다른 구 (Phrase, 句)는 두 개 이상의 단어가 연결되어 절이나 문장의 일부분이 되는 언어 단위를 말한다. 이렇게 글자의 이름은 같지만 뜻이 다른 것을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라고 한다.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진 양승원, 이용제 두명의 작가는 같이 작품 안에 원형의 무언가를 그려내고 있다. 그렇지만 그 원이 가진 의미는 전혀 다르다. 이용제 작가의 둥근 원형의 비눗방울은 오묘하면서도 아름다운 빛깔의 무지갯빛 띠가 구(球)의 외벽을 타고 흐르며 흡사 볼록렌즈처럼 원형 내부에 들어찬 무언가는 서정적임과 동시에 몽환적으로 보인다. 작가가 만들어내는 완벽하지 않지만 구 형태를 가진 비눗방울은 언제든지 쉽게 터질 듯하고 불안정하게 떠다니는 듯 하지만 그 안의 아름다운 색에 매료되어 영원을 꿈꾸게 만든다. 또한 비눗방울이 동그란 구의 형태로 만들어 지는 이유는 표면장력이라는 과학에 근거하지만 그림 속 원형 비눗방울에서는 과학과는 거리가 먼 인간 감정 혹은 삶에 대한 고민을 느끼게 된다. 반면 양승원 작가는 작품들은 단지 원형 뿐만이 아니라 사각형, 삼각형, 선 등 다양한 기하학 도형이 화면에 화려하게 수 놓아 있다. 작가는 시지각인 측면에서 형식적인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색과 형태, 균형과 비례, 조화와 긴장 등을 통해 작가는 어지럽게 놓여진 도형들을 하나의 완결된 세계로 가두고 있다. 그녀가 만들어 내는 구의 형태는 공간에 대한 관심과 확장에서 나온 부산물이며 최근 작업에서는 3차원 공간에 대한 연구로 구(球)형태의 구조물이 전시장에 직접 설치 되었다.
이처럼 이용제 작가의 원형 비눗방울은 실제로 곳 사라지지만 그 안의 기억과 감정은 영원을 소망하고 있지만 양승원 작가의 그림 안에서의 형상들은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지만 결국은 소멸되고 사라지는 공간을 이야기 한다. 이번 전시는 이렇듯 같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를 연결하여 새로운 구(句)절의 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